오늘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 현대'에서 김창열 화백의 개인전 <영롱함을 넘어서>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김창열 화백은 '물방울'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화가이죠. 전에 이런저런 매체 등을 통해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 그림을 접하고 참 인상 깊게 본 경험이 있었는데, 최근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마음먹고 관람하고 왔습니다.^^
<영롱함을 넘어서> 전은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김창열 화백의 15번째 개인전으로, 물방울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탐구해 온 김창열 화백의 조형 의식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는 김창열 화백의 3주기 회고전을 기념하여 다양한 소장가들로부터 35점의 작품을 한 곳에 모아 전시한 것인데, 전시기간은 4월 24일 ~ 6월 9일까지이고, 무료 관람입니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현대' 건물 내 3개의 층(지하 1층 ~ 지상 2)에 나누어 작품들을 전시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각각 다른 공간 및 분위기 속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예술의 본질은
결국 일루전(Illusion)일 텐데,
이것을 재검토해 보려는 게
나의 예술입니다.
- 김창열-
1969년 뉴욕에서 파리로 예술의 터전을 옮겨 간 김창열 화백은 파리 근교의 마구간에서 생활하던 중 1971년 어느 아침 재활용하기 위해 물을 뿌려둔 캔버스에서 물방울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1976년 현대 화랑 개인전을 앞두고 11년 만에 고국에 온 김창열 화백은 미술평론가 이일과 동료 작가인 박서보와 나눈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물방울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였다고 합니다.
"캔버스를 뒤집어놓고 직접 물방울을 뿌려 보았어. 꺼칠꺼칠한 마대에 매달린 크고 작은 물방울의 무리들, 그것은 충분히 조형적 화면이 성립되고도 남질 않겠어. 여기서 보여진 물방울의 개념, 그것은 하나의 점이면서도 그 질감은 어떤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새로움의 발견이었어. 점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감도(感度)라 할까, 기적으로 느껴졌어."
김창열 화백은 1972년 '살롱 드 메'(Salon de Mai) 전시에서 처음으로 물방울 그림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는데, 당시 초현실주의 시인인 알랭 보스케(Alain Bosquet)는 김창열의 물방울이 '최면의 힘을 갖고 있다'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동료 작가인 박서보는 1974년 김창열 화백의 작업실에 방문해서 마주했던 물방울 작품에 대해 '집에 들어섰더니 사방의 벽이 온통 물방울로 가득 찼더군. 흘러내리면 집에 홍수라도 날만큼 말이야. 아이 하나쯤 익사할 것만 같던데'라고 평하였다고 합니다.
김창열 화백은 실제 같아 보이지만 철저하게 조형화된 물방울을 마(麻)천, 모래, 신문, 나뭇잎, 한자 등 실제 위에 놓음으로써 실재와 가상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중성화를 끊임없이 시도하였습니다.
나는 많은 죽음과
끔찍한 잔인함을 봤다.
내가 처음에 물방울을 택한 이유는
어쩌면 인간의 기억을 초토화하며,
모든 고통, 이 견딜 수 없는 것들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 김창열-
김창열의 물방울은 그동안 '수행', '성찰', '회귀', 그리고 전쟁으로 죽어간 많은 영혼에 대한 '레퀴엠'(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 등 서사를 품은 은유적인 언어로 읽히고 해석되어 왔습니다.
물방울은 아무 뜻이 없습니다.
뜻이 없다는 데에서
저는 문제점을 발견한 것입니다.
하찮은 물건, 곧 사라져 없어질 물건
그러나 존재하면서도
뭔가 충만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김창열-
전시장 한켠에 김창열 화백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담긴 영상을 재생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짧은 영상이지만 김창열 화백의 생전 모습을 직접 접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난 김창열 화백은 1970년 프랑스에 정착해 40여 년을 프랑스에서 활동하다가 귀국한 후 2021년 별세하였습니다. 올해는 김창열 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되는 해로, 작품들을 관람하는 동안 김창열 화백의 열정과 에너지, 치열했던 탐구 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 김창열 화백이 우리 인류에게 준 큰 감동과 울림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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