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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볼거리

한국 단색화 거장 윤형근 화백 전시 <윤형근/파리/윤형근> 관람 전시작품 RM이 사랑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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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청동에 있는 PKM 갤러리에서 한국 단색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윤형근 화백(1928~2007)의 전시 <윤형근/파리/윤형근>(무료, 전시기간 : 2024. 5. 2. ~ 6. 29.)를 보고 왔습니다.
 

전시장 내부
PKM 갤러리 입구

 

 


 
이번 전시는 윤형근 화백이 1980년대 파리에 체류할 당시 몰두한 한지 회화와 그 전후 시점의 리넨 회화, 2002년 파리 장브롤리 갤러리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 등 그동안 국내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포함하여 총 27점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윤형근 화백은 스스로 ‘천지문(天地門)’이라고 명명했던 자신만의 작품 세계에 몰두하였는데, 그의 작품들은 면포나 마포 그대로의 표면 위에 하늘을 상징하는 '청색'(Ultramarine)와 땅을 상징하는 '다색'(암갈색, Umber)을 섞어 만든 ‘오묘한 검정색’을 큰 붓으로 푹 찍어 내려 그은 것들입니다.
 

 
제작 방법에서부터 그 결과까지 단순하고 소박한 작품들은 오랜 시간 세파를 견뎌낸 고목(古木), 한국 전통 가옥의 서까래,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흙의 정취를 느끼게 합니다. 윤 화백의 ‘무심(無心)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 전통 미학이 추구했던 수수하고 겸손하고 푸근하고 듬직한 ‘미덕’을 세계적으로 통용될만한 현대적 회화 언어로 풀어내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윤형근 화백 특유의 지론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윤 화백은 1991년 미국 미니멀아트의 거장 도널드 저드(1928~1994)를 서울에서 만난 자리에서 저드로부터 "예술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를 질문을 받습니다. 윤 화백은 한참 뜸을 들이다가 느릿한 충청도 말투로 대답했습니다. "예술은 심심한 거여." 당시 배석했던 통역자가 '심심하다'는 말을 저드에게 설명하느라 고전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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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근 화백 작품은 주로 황갈색의 색채를 띠면서, 그 형태가 단순, 명쾌하여 동양 수묵화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윤 화백이 자연을 통해 얻은 영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윤형근은 1970년대 어느날 강원도 오대산 원시림에서 죽은 지 수백 년이 지나 뿌리가 흙으로 변해가는 거대한 전나무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연의 신비, 자연의 섭리가
얼마나 처참하느냐는 것을
느끼게 한 그때의 광경이
지금도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지상의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시간의 문제이다.
나와 나의 그림도
그렇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것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살아있는 한
생명을 연소시킨 흔적으로서
살아있는 증거로써
그날그날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 윤형근-

 

 


 
윤형근 화백은 1928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참혹했던 시기에 청년기를 보냈는데,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학창 시절 시위 전력으로 ‘보도연맹’에 끌려가 학살당할 위기를 면하였고, 전쟁 중 피난 가지 않고 서울에서 부역했다는 이유로 1956년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한 바 있으며, 1973년에는 숙명여고 미술교사로 재직 중 중앙정보부장의 지원으로 부정 입학한 학생의 비리를 따져 물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가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윤 화백은 이러한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극도의 분노와 울분을 경험하고 1973년 만 45세에 비로소 본격적인 작품 제작을 시작했습니다(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참조).
 

 
1980년 12월, 윤형근 화백은 군사독재 정권으로 인한 국내의 불안정한 정세에 분노하고 좌절하며 잠시 한국을 떠나 파리로 향하였는데, 그곳에서 윤 화백은 자신이 탐구해 온 '천지문(天地門)' 회화가 유럽 미술계 맥락 속에서 힘을 잃지 않고 고유의 독자성과 보편적 감수성을 획득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윤형근 화백은 BTS의 리더 RM이 사랑하는 화가로도 유명한데요. RM은 2022년 발표한 정규앨범 1집 'Indigo'에서 윤 화백의 육성을 담은 곡 'Yun'을 첫 번째 트랙으로 선보였는데, RM이 윤 화백에 대해 가진 존경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 윤형근 화백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과, 리움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글렌스톤 미술관, 일본 도쿄도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전시장 2층으로 올라가면, 윤형근 화백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과 윤 화백의 메모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2층 전시장

 
2층 전시장 벽 한쪽에서는 윤형근 화백이 작업을 하는 모습과 인터뷰한 육성이 담긴 영상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짧은 영상이지만 윤 화백의 생전 모습을 직접 접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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